“메타버스 [Metaverse] / 현실을 디지털 세계로 확장하는 것”
지난 수 년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는 많은 것을 바꿔왔다. 언제쯤 이 역병이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속에서, 음악인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 맞춰 움직이고 있다. 미디어 시장의 확대는 음악인들을 자연스레 온라인으로 이끌었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온라인 공간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이제는 어색함마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튜브를 필두로 한 미디어 음악 시장은 임계점에 근접했다. 우리는 늘 그랬듯이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때 마침 [메타버스]라는 흥미로운 주제가 눈 앞에 나타났다. 음악 산업 전반에 자그만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메타버스, 대중들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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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메타버스의 개념이 처음 접목된 것은 90년대 후반 등장했던 사이버 가수 [아담]이다. 꽤나 자세한 설정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고, 이례적인 사이버 가수의 등장에 각종 매스컴은 그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기술력의 한계는 뚜렷했고, 버추얼 휴먼에게 치명적인 시각적 이질감(Uncanny Valley)은 숙제로 남았다.
이후 메타버스는 서브컬쳐에서 나타났다.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아이돌 마스터]와 [러브라이브]가 주인공이다. 캐릭터에 연기자(성우)를 대입시키는 방식은 미디어 믹스를 통한 버추얼 아이돌의 교본이 되었다. 하지만 이 또한 서브컬쳐계의 전유물이였고, 부족한 대중성은 숙제로 남았다.
시간은 흘러 2018년,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서 버추얼 아이돌 [K/DA]를 선보였다. 당대 최고의 게임에서 자사의 IP를 이용한 새로운 마케팅 시도에 많은 이들이 주목했다. 그룹의 정체성이 K-POP인 것, ‘(여자)아이들’의 소연, 미연이 담당 가수로 참여했다는 사실에 한국 팬들의 관심도 증가하였다. [K/DA]는 모든 버추얼 아티스트들의 레퍼런스이자, 시장의 판도를 바꿨던 게임 체인저였다. 롤드컵 결승에서 보여줬던 AR 공연은 아직도 뇌리에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코로나 확산이 시작되고, 메타버스 시장은 급속히 발전하였다. 곧 K-POP 씬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걸그룹 [aespa]는 ‘ae’라는 멤버들의 버추얼 아바타와 함께 4+4인조라는 독특한 멤버 구성을 가지고 있다. 데뷔 싱글 ‘Black Mamba’는 [K/DA]의 ‘POP STARS’를 충실히 레퍼런스했다. 자칫 생소하게 느낄 수도 있었지만, 이미 [K/DA]를 접종한 대중들에게 [aespa]라는 부스터샷의 괴리감은 크지 않았다.
과거 ‘EXO’와 ‘NCT’를 통해 세계관을 실험했던 SM, 이번에는 정말 본격적이다. [SMCU]라고 불리는 버추얼 유니버스를 통해 아티스트들을 하나의 메타버스로 이어가고 있다. 혹자는 "이런 세계관이 대중들한테 먹히냐?"라며 반문할 수도 있다. 물론 아직 한국 정서에 세계관 마케팅은 호응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판타지, 슈퍼 히어로 작품이 즐비한 서양권에서 잘 짜인 세계관은 강력한 입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BTS', 서양권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이달의 소녀'도 정교한 메타버스적 세계관이 한몫했다.
메인 스트림이 아니더라도, 메타버스를 이용한 다양한 시도는 등장하고 있다. 픽사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토끼인간 [APOKI]는 '버추얼 아이돌 = 일본'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깨부쉈다. 일렉트로닉과 힙합을 베이스로 한 트렌디한 음악, 뛰어난 보컬, 캐릭터와 VFX의 완성도까지. [APOKI]는 대중성을 잡을 수 있는 메타버스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전통적인 Anime 스타일의 버추얼 아이돌은 이미 성행 중이다. 일본에서는 '우타이테'로 통칭하는 버추얼 가수를 시작으로 넓은 시장을 가지고 있다. 불모지였던 한국에서도 최근 이러한 버추얼 아이돌이 등장했다. 유튜버 '우왁굳'이 제작한 버추얼 아이돌 [이세계 아이돌]은 6인의 버추얼 유튜버들이 프로젝트 그룹을 겸업하는 형태이다. 아이돌 그룹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팬덤 형성인데, [이세계 아이돌]은 제작자 '우왁굳'의 팬덤 + 그룹의 신규 유입 팬덤이 합쳐지면서 이례적인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타 방면으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태연의 동생으로 유명한 가수 '하연'의 싱글 앨범을 보면 인공지능 작곡가가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A.I. 작곡가 [Aimy Moon]은 딥러닝을 활용한 작곡 엔진이다. 하지만 단순 소프트웨어로만 볼 수 없는 것이, [Aimy Moon]은 본인의 버추얼 아바타, SNS를 가지고 있다. 즉 버추얼 프로듀서의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흔히 'VOCALOID'라고 부르는 음성 합성 엔진 또한 최근 기술의 발전을 통해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 발매된 [Synthesizer V]는 조잡한 기계음이 아닌 상업용에 준하는 성능을 보여준다. 해당 프로그램 또한 딥러닝을 이용한 소프트웨어로써 차후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 해당 엔진을 가이드 보컬, 코러스 등에 실전 투입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해 본다. 기술의 발전이 궁금하다면 'SynthV AI Stardust 7rings'를 유튜브에 검색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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